예비군 훈련 다녀오다

지난 21일 예비군 훈련(향방기본훈련 8시간)을 다녀 왔다. 예비군 6년차! 훈련을 받는 마지막 년도! 그러나… 전날 책 읽다가 좀 늦게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여덟시 이십분. '분명 알람을 맞춰 놓고 잤는데… ㅅㅂㅅㅂ'하며 서둘러 바지 입고 티셔츠 하나 입고 윗옷 입고 야상은 어디 뒀는지 몰라서 넘어가고 양말 신고 고무링 차고 모자 쓰고 신발 신고,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택시를 탈까 고민하며 밖으로 나왔다.

도로 위는 차들로 가득 차있고…. 눈 앞에는 교장까지 가는 버스가 지나가고 있고, 머리 속에서는 지하철 노선이 왔다 갔다 하고…. 그래도 택시가 낫겠지 하며 마침 빈차가 오길래 올라 탔다. 길을 잘 모르니 물어물어 겨우 도착. 요금은 이만백원… ㅠㅠ 게다가 멀리까지 왔다며 오천원 더 받는 운전기사 아줌마의 센스란… 참…. 이렇게 이만오천원을 날리고 도착한 시각이 아홉시 이십오분. 겨우겨우 입소는 했다.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삼십분 넘게 지각해도 들여보내 주드라.)

지각했으니까 끝나고 한시간 더 교육받겠다는 내용에 동의하는 서명을 하고 나서 들어갔더니 여천히 총이랑 장구류 나눠 주느라 정신이 없드라. (차라리 더 늦게 올걸!) 여튼, 나도 부랴부랴 총 받고 장구류 받고해서 합류했다.

뭐… 그래서 훈련 받는 건 별 거 없었고, 다만 날씨가 어찌나 추운지… 원. 비는 부슬부슬 오다가 말다가 하고, 바람은 휭휭 거리면서 몸을 휘감고 지나가고 야상도 안입고 갔는데… ㅠㅠ 교관 말로는 5, 6년차 예비군은 3, 4월에 훈련을 받고 3, 4년차는 그 다음에 받고… 이런 식이라던데, 이렇게 예비군 훈련 두번만 받으면 얼어죽겠다. 그리고 담배! 대체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완전 죽을 뻔 했다. 좀 저쪽 딴 데 가서 피우면 좋겠구만, 앉은 자리에서 다들 뻑뻑 피워 대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달아놔도 돌아간다고… 어쨌든 시간은 흘러서 훈련은 끝나고 집에 갈 때가 됐다. 그래서 신분증이랑 차비 5300원을 나눠 주는데… 차비는 주고 신분증은 아침에 지각해서 나중에 준단다. ㅜㅜ 이런 변이 있나. 일단 총이랑 장구류는 반납하고, 다들 좋아라 하며 집에 가는 동안, 지각한 사람들은 한켠에 모여 있으라네…

쫌 있으니 장교가 와서 세가지중에 고르란다. 첫째, 강당에 가서 40분간 교육 받기, 둘째, 연병장에 담배꽁초 70개씩 줍기, 셋째, 들어볼 필요 없다. (--;;) 그래서 담배꽁초를 줍기로 했는데 70개는 너무 많다고 박박 우겨서 50개만 줍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아까 담배 피우던 사람들이 그렇게 많더니 담배꽁초는 다 어디 갔담. 한 열개 정도 줍고 있으니까 저 멀리서 눈에 들어오는 화장실! 미소를 머금고 화장실 주변을 집중 공략해서 5분도 안돼서 50개 다 줍고 신분증 받아서 집에 왔다.

아… 마지막 예비군 훈련인데 지각에 택시비에…. 영 체면이 말이 아니다. 하긴, 그 시간에라도 일어나서 훈련을 받았으니 다행이지. 회사에도 예비군 훈련 간다고 다 이야기 했는데, 늦게 일어나서 예비군 훈련 못가고 출근하면 그게 뭔 망신이람. 여튼 이제 향방작계훈련 6시간짜리 두번만 받으면 예비군 훈련은 바이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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