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곶감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호랑이와 곶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겨울 밤에 배고픈 호랑이가 민가에서 어슬렁 거리다가,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리는 집 마당으로 들어가서 엄마가 아기를 달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엄마는 아기에게 '밖에 호랑이가 왔다', '자꾸 울면 호랑이한테 던져버린다'라고 하는데, 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운다. 호랑이는 배고픈 참에 잘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계속 우는 아기에게 '곶감이다'라고 해서 아기가 울음을 뚝 그치자, '곶감이 뭐길래 울던 아이가 울음을 멈추지?'라고 생각하며 살짝 겁을 먹었다. 그때 마침 그 집에 소를 훔치러 온 도둑이 호랑이를 소로 착각하고 올라타자 겁먹은 호랑이는 '어이쿠, 이게 곶감인가보다'하고 꽁지가 빠지게 도망갔다. 대략 이런 내용의 이야기인데, 나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듣고 곶감을 무서워했던 것 같다. 어렸을 적 어느 밤에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고 있었는데 천둥이 치는 순간 정전이 되어서 형광등이 꺼져버렸다. 때를 놓지지 않고 엄마는 나에게 '곶감이다'라고 소리를 쳤고, 나는 그만 '으엉'하고 울어버렸다.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라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부모님께 저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천둥이 치는 날이면 꼭 저 이야기와 함께 '호랑이과 곶감'이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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